최근 채무자의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호하기 위한 ‘생계비계좌’가 주목받고 있다. 생계비계좌는 일정 한도 내에서 채권자의 압류를 막아주는 통장으로, 기존 압류방지통장이 일부 복지급여 수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던 것과 달리 일반 국민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2월부터 생계비계좌 개설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시작했다. 해당 계좌는 채권자가 압류할 수 없는 구조로 설계돼, 채무자가 연체나 압류 위험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생계비계좌 제도는 민사집행법 개정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월 250만 원까지 압류가 제한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도 일정 금액의 예금이나 급여는 압류금지 대상이었지만, 실제로는 계좌 전체가 압류된 뒤 채무자가 법원에 압류금지 범위 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생계비계좌는 일정 범위 내에서 압류 자체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평가된다.
이엘 회생·파산 센터의 차재승 대표변호사는 “생계비계좌는 채무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압류를 막는 것과 채무 전체를 해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미 연체가 장기화됐거나 여러 채권사로부터 추심을 받고 있다면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등 법적 채무조정 절차까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 대표변호사는 “통장 압류가 시작된 이후에는 급여 수령, 생활비 지출, 자동이체, 가족 생계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생계비계좌를 활용하더라도 현재 채무 규모와 소득, 재산, 부양가족, 압류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현실적인 해결 방향을 세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생계비계좌를 단순한 ‘압류 회피 수단’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계비계좌는 당장의 생활비를 보호하는 제도일 뿐, 이미 발생한 채무 원금과 이자, 연체, 추심, 가압류 위험 자체를 해결하는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무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통장 압류만이 아니라 카드값 연체, 대출 이자 부담, 급여 압류, 유체동산 압류, 부동산 경매, 채권추심 연락 등 여러 문제를 동시에 겪는 경우가 많다. 이때 생계비계좌로 월 250만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채무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경제적 회복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회생을 고려하는 채무자라면 생계비계좌의 보호 한도와 별개로 자신의 소득, 부양가족, 재산, 채무 규모, 최근 대출 여부, 변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개인회생은 일정 기간 동안 법원이 정한 변제금을 납부한 뒤 남은 채무를 면책받는 절차이므로, 단순히 압류를 피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채무 정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소득이 없거나 변제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는 개인파산 및 면책을 검토할 수 있다. 개인파산은 채무자의 재산 상황과 지급불능 상태를 기준으로 법원이 판단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현재 통장 압류 여부만으로 신청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채무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연체 초기에는 협의나 조정이 가능하더라도, 압류와 추심이 본격화되면 생활비 확보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생계비계좌 제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버팀목이 될 수 있지만, 경제적 재기를 위해서는 채무 전체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법률적 설계가 함께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통장 압류로 생활비 확보가 어려워진 경우 생계비계좌 개설 여부만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현재 채무 규모와 소득, 재산, 부양가족, 압류 진행 상황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등 법적 채무조정 절차의 가능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